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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비슷비슷한 맹세들로 여자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여자들은 생전 처음 듣는 고백인양 해맑은 표정으로 남자를 안심시킨다.
마지막엔 단 하나도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굳게 나누고
날이 뿌옇게 밝아오면 통화량만큼의 깊은 사랑이 이번에도 증명된다.
겨울이 오기 전에 그를 위해 입을 크리스마스 정장을 사러 다니지만
그러나 가을엔 시작한 연애는 꼭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면 끝이 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별의 이유를 떠넘기고
독수리처럼 날아온 사랑은 참새처럼 치사하게 끝을 맺는다.
깃털의 무게 같은 감정을 놓고 저울질 하다
문득 이별보다는 보여줄 이 없는 새 옷 때문에 안타까워진다.
어린 날의 서정은 그렇게 사랑을 겪으며 시들해지고
시작하는 설레임보다 후에 오는 상심들이 이제는 거추장스럽다.
별로 아프지 않은 사랑에 그렇게 세월이 가고
홀로인 것에 다시 익숙해질 때면
또 다시 난데없이 연애가 찾아온다.
김계희 / 연애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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