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수가 많은 게시글은 [베스트 짤] 게시판으로 자동 이동됩니다.
재미있는 글 많이 올려주세요.
  • 웹미니 한줄 전광판 영역 입니다.
글 수 3,829

20

조회 수 : 4718 신고 : 0

profile
작성자 : title: [ani]깜빡이는 표정빽짱구
포인트 : 56933 | 레벨 : 25
출처: 제로보드 좋은 이야기란~



"미안... 내 딸아... 사랑한다..."



꺼버린 핸드폰



오늘은 한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용돈 받는 날.

오늘이 더욱더 기다려진 까닭은 수학여행 준비로 용돈을

좀더 넉넉히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만원. 참고서 사랴, 학용품 사랴.

정말 3만원 가지고 무얼 하라는 건지. 그리고또 모레가 수학여행인데.

나는 용돈을 적게 주는 엄마에게 화풀이를 하고 집을 나섰다.



수학여행인데... 평소에 쓰던 가방 가져가기도 민망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교실에 도착했다. 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내 짝꿍이

용돈 넉넉히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나 오늘 수학여행때 가져갈거 사러 가는데 같이 안갈래?"



한창 신나게 아이쇼핑을 즐기고 있을 때

마침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30분 후 다시 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나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밧데리까지 빼버렸다.

그리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괜히 화를 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은 아니었고

가방은 옆집 언니에게서 빌릴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지…



집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니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참! 엄마가 오늘 일나가는 날이었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관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드라마가 나와야 할 시간에 뉴스가 나왔다.

뉴스 속보였다.

이게 웬일인가.

내가 자주 타는 대구 지하철에 불이 난 것이다.

어떤 남자가 지하철에 불을 냈다.

순식간에 불이 붙어 많은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고 텔레비전에서는

지하철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만 이어지고 있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내리고, 꺼버렸던 핸드폰을 다시 켰다.



문자 다섯 통이 와있었다.

엄마가 보낸 문자도 두통이나 있었다.

엄마가 보낸 첫 번째 문자를 열었다.



"용돈 넉넉히 못 줘서 미안해..

쇼핑센터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중이야.

신발하고 가방 샀어."



나는 첫 번째 문자를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두 번째 문자를 열었다.



"미안하다. 가방이랑 신발 못 전하겠어..

돈까스도 해주려고 했는데...

미안... 내 딸아... 사랑한다..."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profile 글쓴이 빽짱구

단점이 없는 사람은 장점도 거의 없다 - 에이브러햄 링컨

엮인글 :
https://web.webmini.net/humorboard/13481/cf5/trackback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추천수 10단위당 메달이 1개씩 노출되고, 추천수에 따라 배경색이 변하며, 일정수의 추천수를 받을시 BEST 아이콘이 붙게됩니다.
추천수에 따른 배경색 보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 추천수 50개이상
  • 추천수 30개이상
  • 추천수 20개이상
  • 추천수 10개이상
  • 추천수 3개이상
닫기

댓글 '6'

profile
title: [ani]깜빡이는 표정빽짱구 (13482)

2004.10.18 02:17:22

작성자
아띠~ 눈물나네 ㅠㅠ
맑은숲 (13483)

2004.10.19 23:27:33

아이구.....ㅠㅠ
DarkFun (13484)

2004.10.21 07:56:58

아이구 너무 슬프네요 .ㅠㅠ
젤라존 (78050)

2009.08.07 17:55:43

ㅠㅠ 정말 슬퍼요 ㅠㅠㅠ
junghohur (81733)

2009.08.22 18:30:56

ㅠㅠ 슬픔니당.
다크엘프 (198337)

2010.05.31 10:39:38

ㅠㅠ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글쓴이 비밀번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sort
공지 퍼스트드림 광고글 올리지 마세요. [5] title: [ani]깜빡이는 표정빽짱구 2011-11-25 4 108088
3489 대록의 도끼녀.jpg file title: [ani]방울UI 2014-06-22   1481
3488 보수트럭.jpg file title: 새싹사뎅이 2012-12-14   1486
3487 원더걸스 요즘 근황 [1] title: 새싹사뎅이 2013-01-02   1489
3486 진정한 인공호흡 file title: 새싹사뎅이 2012-12-07   1491
3485 교묘한 착시 사진 file title: 새싹사뎅이 2012-12-05   1492
3484 슈퍼마켓에서 생긴일 file 나이스런너 2012-02-29   1494
3483 첫 댓글의 중요성 file [1] 빠담빠 2013-01-21   1494
3482 지폐 사기당한 할머니 file title: [ani]음악1스팀팩 2012-12-06   1496
3481 쏘우의 반전급 file title: 새싹사뎅이 2012-11-21   1498
3480 고담시에 사는 고양이 ㅋㅋ file title: 새싹사뎅이 2012-12-07   1500
3479 (빡침주의) 자식에게 소금밥 먹인 계모 너니깐 2014-03-18   1501
3478 김삿갓.jpg file 김삿갓 2012-12-17   1503
3477 여의도 file 나이스런너 2012-03-01   1505
3476 뉴질랜드 쓰레기봉투 봤음? file 뉴질랜드 2012-12-17   1505
3475 전세계 아름다운 지폐들 거의 예술수준 file title: 새싹사뎅이 2012-12-06   1507
3474 웃기지는 않은 현실 공감글 file [3] title: [ani]음악1스팀팩 2013-01-03 1 1507
3473 햄버거 먹다 체할 뻔 file [1] 빠담빠 2012-11-29   1508
3472 감동 = 추천 file 나이스런너 2012-03-01   1510
3471 이런데서 응가 하고 싶을까 file [1] title: [ani]음악1스팀팩 2012-12-13   1512
3470 둘다 그닥 땡기진 않음 file [1] 뾰롱 2013-01-16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