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도 뇌의 도구
Brain News
 
  

뭐든 잘 잊어버리는 사람들은 오히려 안심해야 할 것 같다.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들에 따르면 건망증은 오히려 뇌가 적절히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뇌는 가장 중요한 것을 기억하고 유사하거나 덜 쓰이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억제해서 인지적인 부담을 줄이고 혼란을 피한다는 것이다.

2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기능성 자기 공명영상fMRI으로 간단한 기억력 실험을 할 때의 뇌 상태를 기록했다.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기억해야 할 세 가지 단어 쌍들을 제시했다.  ‘ATTIC dust, ATTIC junk, MOVIE reel’처럼 두 단어는 서로 유사하고 나머지 하나는 전혀 다른 단어로 된 쌍들이었다. 첫 단어를 두 번 외우게 하고 그것으로 시작하는 쌍들의 나머지를 기억하도록 했을 때 전혀 다른 단어보다 유사한 단어를 15% 정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영상에서는 경쟁적인 기억을 처리하는 영역과 기억을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역 두 곳이 특히 활성화되었다. 즉 비슷한 단어들을 상호 충돌하는 기억들로 파악하고 두 번째 단어는 억제한 것이다. 물론 횟수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효과는 줄어들었는데 기억의 조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연구진들은 우리가 기억을 하려고 할 때마다 뇌가 적응한다고 한다. 항상 기억들의 회로를 새롭게 짜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기억을 되살릴 때 경쟁적인 기억은 약해지게 된다. 실제 생활에서는 비밀번호나 메일의 아이디를 기억할 때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보통 이전의 기억과 새로운 기억이 섞이게 되는데 반복하다 보면 새것에 대해서는 강한 기억을 가지고 예전의 것은 잊어버리게 된다. 결국 잊어버리는 과정은 새로운 기억을 더 잘 기억하고 쓸모없는 낡은 기억들을 버리는 과정이다.

출처 : 브레인 vo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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