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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레디
포인트 : 760 | 레벨 : 2
평점 : ★★★★☆ 
장르 :  
등급 :  
아는 여자.jpg


영화 <아는 여자>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이나영이 자기 방에서 라디오를 켜자, 파란 조명을 띤 예쁜 라디오에서 "모르죠"라는 노래가 흘러 나온다. 
-그대 내가 안보이나요. 바로 그대 곁에 나 서 있는데... 언젠가 이런 나를 알겠죠..- 이런 가사의 노래.
이나영은 이 노래가 나오자 무척 기뻐하며, 거실 소파에 누워 있던 정재영을 방으로 부른다. 그리고 여기 앉아 들어 보라면서 "아저씨, 이 노래 좋아하죠?"라고 묻는다. 정재영은 "아.. 옛날에..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죠?"라며 궁금해 한다. 
그러자 이나영 대답하길, 
"예전에 아저씨 집을 지나칠 때면, 아저씨 방에서 이 노래가 자주 들렸어요. 저도 그때부터 이 노래 좋아하게 됐어요."

<아는 여자>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명장면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난 이 장면이 가장 좋다. 그 조심스런 고백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를, 나도 좋아하게 됐다"는 부분에선 진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나 한번쯤 그랬을 법한 얘기들을 이렇게 키세스 은박지 까듯 조심스레 내미는 이 장면이, 난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 보초를 마치고 돌아와 막사에서 몰래 라디오를 들은 적이 있다. 라디오 DJ는 청취자가 보낸 사연을 읽어주고, 그 사연에 얽힌, 청취자가 신청한 노래를 내보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남학생이었는데, 바로 아랫층에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같은 동아리의 여자아이가 살고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남학생의 마음도 모르고 다른 선배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선배는 이미 애인이 있기에 고백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던 그 여자아이는 선배가 좋아하는 노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를 밤마다 크게 틀어놓고 가끔씩 흐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윗층에 사는 남학생은 밤마다 창가에 서서 아랫층에서 흘러나오는그 노래를 숨죽여 들으며 그녀만큼이나 가슴 아파했었다고 한다. 
어느날 아랫집 여자아이는 다른 곳으로 집을 옮기고, 더이상 밤마다 아랫층에서흘러나오던 그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됐지만, 이젠 자신이 밤마다 그 노래를 틀어 놓고 선배를 사랑하던 그녀를 생각한다는 사연이었다. 
난 이승환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를 듣을 때마다, 이 애틋한 사연이 떠올라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진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그 당시 같은 반에 내가 짝사랑하던 여자아이가 있는데, 짝사랑의 대상자가 늘 그렇듯, 그 아이는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예뻤으며, 상냥하고 발랄했다. 당연히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았다.  별 볼일 없고 소심한 나는 그 아이에게 말도 한번 제대로 못 붙여보고, 1년 넘게 혼자 가슴앓이만 끙끙 했었더랬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가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라는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바이오맨' '날아라 거북선' 등의 주제가 따위나 부르던 나는, 그날 부로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를 반복해서 듣기 시작했다. 전축에 천원짜리 짝퉁 테이프를 꽂아, 가사를 받아 적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친구들에게 이승철이 얼마나 멋진 가수인지 열심히 설명하고, 이승철의 사진과 브로마이드를 모으기도 했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햇빛촌과 1위 대결을 할 때도 난 당연히 이승철을 응원했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나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 아이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승철의 노래를 좋아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승철의 노래들을 지금도 즐겨 들으며 가끔식 그 시절을 추억한다. 

그 아이는 이런 내 마음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이승철을 좋아할까? 
가끔 그 아이의 소식이 궁금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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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아하 (52362)

2009.07.26 15:46:31

저 여배우 누구엿지,,

profile
레디 (52432)

2009.07.26 16:17:07

작성자
감자 (81814)

2009.08.22 20:57:09

그레아 (87190)

2009.09.06 00:53:04

아니영 참좋은데..ㅋㅋㅋ
illamian (217283)

2010.07.25 14:14:54

재미있을꺼 같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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