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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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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도 리딩 클럽, 빅브라더가 필요하다. 압도적인 전력과 함께 리그의 흐름과 변화를 주도할 클럽의 존재다. 그래야 K리그 판이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맨유와 바르셀로나는 각각 첼시와 샤흐타르를 물리치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다. 리그와 FA컵, 유럽 챔스 석권 가능성을 쥔 맨유와 바르셀로나는 유럽축구 역사 최초의 통산 두 번의 트레블(리그+FA컵+챔스) 성취라는 대기록에 다가섰다. 셀틱, 아약스, 아인트호벤, 맨유, 바르셀로나, 인테르 6팀이 1번씩 트레블을 차지한 것이 이태껏 전부다. 만약 올 시즌 맨유가 3관왕에 오르면 박지성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트레블을 거머쥔 역사로 기록된다. 아시아 선수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맨유는 다가오는 주말 맨시티와 FA컵 4강전을 치른다.

한 세기의 역사를 지닌 유럽축구사에서도 트레블은 대단한 성취다. 이토록 쉽지 않은 트레블을 차지한 6팀의 공통분모는 각기 리그의 빅브라더 위치다. 셀틱은 스코틀랜드, 아약스와 아인트호벤은 네덜란드, 맨유는 잉글랜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인테르는 이탈리아 리그를 대표하는 빅브라더다. 팀명만 들어도 해당 리그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맨유, 바르셀로나, 인테르, 셀틱, 아약스, 아인트호벤의 공통분모 

빅브라더 클럽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선 먼저 전력이 압도적이어야 한다. 앞선 6팀 모두 해당 리그 우승 횟수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올라 있는 클럽들이다. 하지만 전력만으로 빅브라더 클럽이라 불리는 건 아니다. 히스토리와 마케팅 등 전력 외적 영향력이 또 지배적이어야 한다. 빅브라더의 사회, 경제학적 의미인 조직을 관리 통제하는 권력과 상징성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 리그의 특징과 유행, 변화의 방향 등을 선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빅브라더의 명명이 가능하다. 저마다의 특징이 뚜렷한 유럽리그 대개가 빅브라더 클럽의 존재를 품고 있다. 빅브라더 클럽들은 해당 리그의 경기력 수준을 가늠케 하는 동시에 리그의 색깔을 인식케 하는 잣대다.

FC서울과 수원,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빅브라더' 클럽이 될 수 있을까?(사진 : 연합뉴스)

아쉽게도 K리그엔 확실한 리딩 클럽이 띄지 않는다. 압도적 전력, 흐름과 변화의 방향을 끌어가는 리딩 클럽의 존재감이 약하다. 서울, 수원, 전북, 포항, 울산 등이 후보군이지만 빅브라더 위치까지는 더 치고 올라야 한다.

빅브라더의 존재감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표면적 특징이 요동치는 리그의 판세다. 팀마다의 차별성이 사라진 소용돌이치는 판세를 두고 흥미롭다고 반길 일만은 아니다. K리그를 두고 ‘예측 불확실성’이 큰 리그 중 한 곳이란 말은 곰곰이 생각할 일이다. 해마다 순위가 큰 폭으로 뒤바뀌는 것은 그만큼 리그 베이스가 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변과 돌풍이 잦으면 더 이상 이변과 돌풍이 될 수 없다.

이는 최근 0-0 무승부 논쟁과 연결 지어 생각할 문제다. 무득점 경기를 두고 지루한 수비축구라 규정하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기 내용에 따라 얼마든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야구의 0-0 경기는 치열한 투수전이고 축구의 0-0 경기는 지루한 공방전이란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공격과 수비가 별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스포츠의 생리를 감안해도 공격과 수비축구의 일방적 평가는 무리하다. 공격해 들어오는 100만 대군에 맞서는 10만 군사가 어떻게 싸울 지는 지극히 전술과 전략의 문제다. 보유한 전력과 상대에 따라 공격과 수비의 배분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핵심은 어떻게, 잘 싸워 결과를 끌어내느냐다.

빅브라더 클럽의 규정과 숙명

단 모든 팀이 똑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이는 좀 다른 문제다. 100만 대군마저 성을 지키고 나서지 않는다면 그 싸움은 접점조차 찾기 힘들어진다. 대군의 방비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10만 군사를 앞에 두고 싸우지 못하는 100만 대군의 사기와 명분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중소팀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설 책임과 이유가 강팀에게는 존재한다. 제주 박경훈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수비축구를 상대하고 무너뜨려야 하는 건 강팀의 숙명이다.

최근 K리그의 0-0 무승부 논쟁은 압도적 전력의 자신감 넘치는 빅브라더가 부족해 빚어진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일방적인 공세를 펼친다고 꼭 승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경기 구도 자체가 공격과 수비의 충돌로 확실히 차별화한다면 재미가 배가될 수 있다. 상대적 약체가 승리하면 말 그대로 판을 깨트리는 이변의 파장을 더할 수 있다. 빅브라더의 수성과 챌린지 클럽 반전의 대립 구도는 안정적인 동시에 흥행적 요소를 더하는 리그 운영의 기본 구도다.

K리그에 빅브라더가 필요한 건 전력과 판세 못지않게 흐름과 변화를 주도할 존재로서의 리더십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라리가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듯 빅브라더의 존재감은 K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더 없는 매개체다. 전체 브랜드를 알리고 강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일이지만 먼저는 개별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해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순서다. 박지성을 통해 맨유를 알았고 맨유를 통해 프리미어리그를 접한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또 유럽의 빅 클럽들이 그랬듯 리그 개혁과 변화를 주도하고, 현실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다른 구단들이 따라 판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K리그의 빅브라더다. 이런 점에선 최근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서울과 수원의 행보는 환영할 일이다.

K리그 빅브라더 출현의 전제 

문제는 이러한 빅브라더의 역할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빅브라더 출현을 당길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데 있다. 구단 자율성을 강화하고 투자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기장 위탁 관리 개혁, 선수 자유 수급 위한 드래프트제 개선,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승강제 제도의 변화, 빅 팀을 관리 지도하는 전문 경영운영진과 지도자의 육성 등이다. 이 중 제도 변화에 따른 파급력이 만만찮을 승강제도가 2013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건 여러 모로 관심을 집중시키는 일이다.

K리그에도 맨유 ‘같은’ 빅브라더가 필요하다. 그래야 판이 더 커지고 재밌어진다. 변화와 개혁의 동력과 동인도 확대된다. 하지만 빅브라더의 출현은 개별 구단의 힘만으로 부친다. 리그 전체의 인식과 그에 따른 제도 변화가 따라야 가능하다. 때문에 이를 위해선 변화와 개혁의 빅브라더가 먼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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