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은 귀신이 무서워하는 색이기도 하다. 팥죽을 쒀 집 곳곳에 뿌리면 잡귀나 역병을 물리친다는 전설도 있다.

풍습이나 전설이 아니라도 팥은 건강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곡물이다. 팥은 콩과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곡물 중 하나이다. 팥은 식이섬유 인 칼슘 칼륨 엽산 비타민 B1, B2 등의 여러 가지 영양소가 풍부한 반면 당분은 낮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영양팀 이혜옥 영양사는 “팥은 비타민 B1, 칼륨 등 쌀의 부족한 영양분을 보완할 수 있는 곡물”이라며 “팥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왜 동짓날에 꼭 팥죽을 먹었는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쌀에 부족한 영양소 풍부

티아민이라고도 불리는 비타민 B1은 부족하면 팔 다리에 통증이 생기고 심하게 붓는 각기병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주식으로 먹는 쌀에는 비타민 B1이 부족하기 때문에 팥으로 비타민 B1을 보충해 줄 수 있다. 팥의 비타민 B1 함량은 쌀의 4배. 비타민 B1은 뇌세포 활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신활동이 많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

팥은 당분 함량이 낮고 식이 섬유가 많기 때문에 혈당과 체중을 조절하는 데 좋아 변비나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이롭다. 하지만 팥을 이용한 음식인 양갱, 단팥빵, 호빵 등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당뇨환자 등은 주의해야 한다. 팥죽을 먹을 때도 설탕을 줄이는 것이 좋다.

팥에 들어 있는 엽산은 특히 임산부가 주목해야 할 성분. 팥의 엽산 함량은 쌀의 100배. 엽산은 태아의 신경계 형성에 특히 중요한 성분으로 임산부가 엽산이 부족하게 되면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엽산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호모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팥을 많이 먹으면 관상동맥 질환이나 뇌중풍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신장 환자는 되도록 피해야

팥의 칼륨 함량은 쌀의 15배. 칼륨은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과 결합해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팥의 사포닌 성분도 이뇨작용을 한다. 혈압 조절이 필요한 사람은 팥이 도움이 되지만 신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자칫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효능은 이미 한의학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이병철 교수는 “팥은 한방에서 ‘적소두(赤小豆)’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약재”라며 “이뇨 작용이 있어서 민간에서 잉어와 함께 달여 부종을 없애는 데 썼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에는 팥에 대해 “맛이 달고 시며, 성질은 차거나 덥지도 않고 평이하고 독이 없는 성질이다”고 적혀 있다. 팥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몸의 붓기를 빼며 독을 해독하고 농(고름)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 부종이나 황달, 옹저(큰 종기) 치료에 쓰인다. 밥에 넣는 것 이외에도 다려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